+)흑흑 저는 대체 뭘 쓰려고 한 걸까요 저도 알 수 없는 결과물... 립황처럼 보일 수 있으나 황립이옵니다...
키세는 선배가 요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사귀기로 한 지도 이제 2년이 넘었고 여전히 발길질을 받고 커플 아이템도 하나 없지만 권태기가 찾아온 건 아니었다. 주고받는 문자 끝에는 싸웠던 어쨌던 항상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고 지지난 주말에는 선배가 더 몸이 달아서 늦게 온 키세를 질책했었다. 말로는 보고 싶어 죽겠다며 왜 이렇게 늦냐고 말이다. 그걸 생각하니 키세의 입꼬리가 다시 슬슬 올라갔다. 그 다음에 있었던 뜨거운 낮까지 떠올리려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입꼬리를 내렸다. 자신을 앞에 두고 오늘 데이트는 무리라며 사과해놓고 과제에 매진중인 선배가 그걸 보진 못했겠지만 말이다.
카사마츠가 과제한다고 또는 시험공부 한다고 키세와 주말 데이트를 한 주 건너뛰는 건 늘 있는 일이었다. 키세만 서운 한 건 아니었고 그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시험기간이 아닐 때는 최대한 과제 할 날을 정해놓고 그 외엔 키세와 만나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정작 키세가 더 바빴기 때문에 선배를 탓할 일도 아니었다. 그저 요즘의 대화가 좀 그랬다.
"선배 요즘 하는 게임 있슴까?" "어? 아닌데. 없어. 왜?" "그럼 요즘 저녁에 왜 갑자기 연락이 두절 되는 검까?" "미안. 요즘 바빠서 정신이 없네."
그런 식으로 연락 없어지지 않기로 했으면서. 키세는 속으로 꿍얼거렸다. 약속은 절대라고는 못해도 본인의 노력이 닿는 한까지 지켜주는 것이 선배였다. 같은 대화가 몇 번 반복되는 게 아니었다면 선배 말을 믿었을 것이다. 과제가 늘 일정하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쪽지 시험이란 것도 있고 선배가 따로 하는 공부도 있을 것이니까. 그 정도는 키세도 생각하고 있고 선배도 그걸 알 테니 학교와 관련된 바쁨은 아니란 것이다. 물론 이유를 말해주면 좋겠지만 듣지 못해서 화가 나거나 속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어떤 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제일 잘 아는 선배가 그런 기분을 주고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저녁에 연락이 두절 되는 시간에 카사마츠는 메신저에 있거나 sns에 글을 올리거나 친구를 보고 있었다. 공부나 과제로 바쁠 때는 미리 방해하지 말아 달라고 연락을 보내니까 해당되지 않았다. sns를 보면 뭘 하는지도 다 나오고, 키세도 아는 사람하고는 통화하다보면 그쪽이 먼저 말해주기 마련이었다. 그것도 있고 키세가 보기엔 만나서 데이트를 하다보면 다 말하니까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따로 말해주는 게 갑자기 귀찮아진 걸까? 연애하는 내내 계속 해왔던 것이 갑자기? 그것도 다른 사람들한테 우리 사이의 시시콜콜한 것을 다 자랑하는 사람이?
잡은 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글이 떠올랐다. 연애의 밀고 당기기에 관한 글이었는데 그게 제대로 된 방법은 아니었고 그저 인터넷에서 떠돌던 글이었다. 아무리 연애를 글로 배운 선배라지만 그런 것을 믿을 선배도 아니었고 일이 주 사이에 일어난 일에 이런 이유를 붙이기도 애매했다. 벌써 3년째 연애를 하는 중인데 왜 갑자기 이러는 건지, 키세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상했다.
키세는 집에 가기 전에 확실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권태기는 아닌 것 같고 다른 사람이 생긴 것도 아닌데 카사마츠가 왜 그러는지 반드시 캐묻겠다고 다짐했다. 일단 선배의 과제가 다 끝나고 나면 말이다. 그 전에 방해하면 물어보기도 전에 생을 마감할 것이었다. 가끔, 아니 계속 인상을 쓰고 손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가며 책과 종이뭉치를 오가는 선배를 보며 키세는 복잡한 마음을 끌어안고 기다렸다. 과제가 끝나면 저녁시간도 넘겠지만 뭐라도 사먹이고 보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끝! 미안하다. 많이 피곤했을텐데 나 때문에 저녁도 못 먹고."
기다림에 지친 키세가 꾸벅꾸벅 졸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짐을 다 챙긴 선배가 다정하게 자신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키세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카사마츠를 급히 붙잡아 앉혔다.
"아님다. 그보다 선배, 요즘 말임다..."
카사마츠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계속 말하라고 턱짓을 했다.
"그... 저녁 시간에 연락 안 주는 거 말임다..."
키세는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자신도 바쁠 때가 있어서 연락이 안 될 때가 있지만 이렇게 일이주 내내 그렇지는 않다며 서운하다 말했다. 혹시나 해서 권태기에 대한 얘기도 조금 에둘러 꺼냈고 혹시 정말 요즘 피곤하고 여유가 없어서 그런 거라면 말해달라고, 키세는 결국 꼬리를 내렸다. 원래는 따져볼 생각이었는데 선배의 얼굴을 보니 자신에게 잘 해준 것만 자꾸 떠올라서 이상하게 여긴 자신이 오히려 이상한 것 같아졌기 때문이었다. 듣는 내내 카사마츠는 진지한 표정이었고 잠깐 설명을 하려던 눈치였다가 키세가 말을 멈추자 다시 계속 해보라며 자신의 말을 뒤로 미루었다. 키세의 말이 다 끝나고 카사마츠는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질투하는거야?" "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키세는 무어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적어도 선배 성격에 미안하다거나 절대 바람 피우는 건 아니라거나 그런 말이 먼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속상했다고 말하는 자신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면 이것은...
"인기 모델인데도 너무 간단하잖아. 생각보다 훨씬 귀엽네. 일찍 변했다고 알아챌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에...귀여워요?" "그럼. 아아, 다행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질투해줘서."
그 말은 무척 의도가 담긴 행동이었다는 것이었다. 일부러 속상하게 했다는 걸 알고 더 속상해지려고 하는 차에 카사마츠의 미소가 진해졌다. 광대까지 살짝 올라간 저 웃는 표정은 심술궃은 계획을 짜거나 말할 때의 표정이었다. 게다가 만족스러워서 미치겠다는 뿌듯함도 엿보였다. 카사마츠의 눈빛은 질투하는 키세가 사랑스러워 미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지난주, 키스당하기 직전에 보았던 눈빛이었다. 지금도 카사마츠는 키스 할 것처럼 테이블 위로 키세에게 바짝 몸을 내밀고 있었다. 키세가 오히려 살짝 몸을 뒤로 빼고 있는 상태였다. 절대 여기서 키스할 생각은 없겠지만 지금의 선배는 너무 위협적이었다. 선배가 말할 때 보이는 혀가 뱀이 날름거리는 혀처럼 위험해보였다.
"너, 내일이랑 모레 촬영 없지? 들러야 할 데도 없고." "네? 네넵!" "좋아. 내 방으로 가자."
카사마츠는 곧바로 일어나 먼저 카페를 나섰다. 키세는 허둥대며 자리를 정리하고 뒤늦게 따라나갔다. 카페 밖으로 나가자 기다리고 있던 카사마츠가 어깨동무 하는 척 키세의 허리에 팔을 강하게 둘렀다. 마치 키세가 자기 것이라고 뽐내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