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일자 전력 입니다 트윗롱거에서 옮겨옴

"선배, 잘 다녀오세요!"
"응, 너도 잘 다녀와."

카사마츠와 키세는 언제나 버스정류장에서 헤어진다. 아침마다 동네입구에서 만나서 버스정류장까지 같이 가지만 출근 때문에 같은 버스를 타는 일은 없다. 인사는 키세가 먼저 하면 카사마츠가 받는 식이다. 버스에 오르는 건 대부분 카사마츠가 먼저다. 카사마츠의 버스가 대개 먼저 오기때문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키세는 마지막까지 카사마츠를 보고있다. 카사마츠가 자신이 탈 버스가 어디쯤 오는지 확인하는 동안에도 말이다.

어느 날, 버스정류장에 카사마츠가 타야 하는 버스가 오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버스회사 일부가 파업했다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대체할 수 있는 버스는 전부 해당회사였다.


"선배 어떡하게요? 택시 타실래요? 회사까지 엄청 돈 나오잖아요."
"안녕하세요, 카사마츠 대리입니다. 버스가 파업을 해서..."


옆에서 발을 동동구르는 키세를 두고 회사에 전화를 하니 예상 택시비가 지원 범위를 넘는다고 곤란해했다. 사정을 봐줄테니 그 이상의 거리는 다른 교통편으로 와달라고 했다.
키세는 옆에서 폰 화면을 두드려 '제가 택시비 드릴까요?', '차로 출근하는 친구한테 부탁할까요?'같은 말을 눈 앞에 들이밀었다. 카사마츠는 키세가 탈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서는 것을 보고 키세를 그리로 밀었다. 

회사에서는 이런 저런 사정을 핑계대면서 택시비는 얼마 이상 지급할 수 없으니 어떻게든 다른 교통편으로 와달라고 반복했다. 카사마츠는 알았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버스가 떠났는데도 아직 남아있는 키세를 발견했다.


"너 왜 아직 안 갔어!"


카가마츠는 잔뜩 화낼 기세로 키세에게 다가갔다. 정작 키세의 굳은 얼굴을 보자 더 말을 못했지만 왜 그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카사마츠는 여전히 인상을 쓰고 있었지만 그 위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 그대로 떠올랐다.


키세는 그 표정을 참을 수 없었다.


"선배는 저를 의무감으로 챙기는 거죠? 제가 좋아한다고 하니까 적당히 상대해주는 것 뿐이죠? 그런 거라면 이제 필요 없슴다. 아침에 저랑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올 필요도 없슴다. 어차피 제가 버스를 타는지 안 타는지도 제대로 안 보는 사람에게 뭘 기대합니까? 인사도 제가 먼저 해야 해주고..."


카사마츠는 쏟아지는 말을 그대로 맞고 서 있었다.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뭐라고 변명을 해보라는 말에도 카사마츠는 입을 열 수 없었다. 미안하다는 소리도 하지 못했다. 키세는 화를 누르는지 입을 꾹 다물고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네. 버스정류장까지 와주세요. 네. 오늘부터 바로 차로 출근할검다."


전화를 끊은 키세는 허리를 곧게 편 자세로 턱을 살짝 치켜들고 카사마츠를 내려다보았다. 평소 카사마츠를 거의 올려다보듯이 자세를 낮추던 것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다.


"선배, 태워다 드리죠. 선배에게 아무리 맞춰봐야 선배는 절 보지도 않는데..."


키세는 씁쓸한 표정을 짓다가 금세 얼굴을 굳혔다.


"선배가 그동안 이기적이었던만큼 저도 마음대로 해야겠습니다. 앞으로 저랑 차로 이동하십쇼. 싫어도 절 계속 보셔야겠습니다."


카사마츠는 막 도착한 차에 강제로 태워지느라 그게 아니라는 말을 또 하지 못했다. 키세는 차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카사마츠를 끌어안고 쉼없이 떠들었다. 하지만 용기 내 올려다본 키세의 눈은 즐거운 어조와는 달리 텅 비어있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아 카사마츠는 차마 뭐라고 말도 걸지 못하고 회사 앞에 내려줄 때 까지 가만히 안겨있었다.

Posted by 잇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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