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동거황립입니다
*12시에 시작...시작은 12시에 했어요..엉엉... 분량은 1시간 분량이 채 안될거지만요 하하!
*용두사미 주의... 용머리도 아니지만 끝이 실지렁이 꼬리입니다...
"저는 누나가 둘이니까요."
"나는 남동생만 둘이니까."
엄마에게 청소를 '지시받던' 사람과 누나들에게 청소를 '배운' 사람의 대청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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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선배는 무슨 비 오는 날 빨래를 해요?"
"오후에 햇빛 난대서 하는 거거든?"
"선배는 그걸 믿어요?"
오늘은 대청소 날. 시작부터 옥신각신, 별 것 아닌 것으로 기싸움 중인 두 사람이었다.
"어제부터 내가 말 했잖아요~ 비오는 날 청소하면 꿉꿉하니까 하루만 미루자고."
"야 그렇게 일기예보를 못 믿을거면 아예 한 주 미루지 그러냐?"
"아, 진짜 선배 고집불통."
"그럼 지금 돌리고 있는 빨래는 어쩌라고?"
발단은 여름이니 자주 청소하라고 집에서 전화가 온 것이었다. 키세에게도, 카사마츠에게도. 그래서 청소를 자주 하기로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방식이 문제였다. 키세가 생각하는 '자주'라는 것은 간단한 청소를 틈 날때마다 하는 것이었고 카사마츠가 생각하는 '자주'는 대청소를 날 잡아서 자주 하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적당한 청소'를 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지만 적당하다는 것의 정의가 또 문제를 일으켰다.
빨래는 원래 속옷과, 양말은 그때그때 빨고 이틀에 한 번 빨 옷, 삼일에 한 번 빨 옷 이렇게 나눠놨었는데 카사마츠는 대청소를 해야 한다며 자주 입지 않는 옷을 빨고 싶어했다. 첫 대청소니 의견이 갈리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키세가 보기에 이건 아니었다. 내일은 비가 온다고 했고, 오후에 해가 난다고 해도 오후에 늦게 나면 소용이 없지 않겠는가? 하루 종일 빨래만 할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나 카사마츠의 말은 통보 수준이라 당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빨래는 이미 세탁기 속에서 돌고 있었다. 카사마츠의 얘기로는 빨래를 돌리는 동안 집안 청소를 해놓고 사이사이에 빨래를 널면 된다는 것이었다.
"선배는 그럼 이거 널고 오후에 할 빨래는 어쩌려구요? 일단 널 자리가 없어진다구요!"
그제서야 카사마츠는 아차 싶은 표정이었다. 집에서 하던 대로 계획을 짜다보니 키세와 동거하며 생긴 규칙과 부딪히는 것을 잊고 있었다. 키세는 키세 나름대로 '적당한 청소'만 하고 쉬고 싶은 마음도 한가득이라 카사마츠의 계획대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키세가 집에 있을 때도 대청소는 평소에 바빠서 하지 못한 곳을 청소하는 것 뿐이었지 대규모로 청소하겠다는 대청소가 아니었다. 그럴거라면 평소에 청소를 왜 하겠냐는 생각이었다.
한껏 풀죽은 카사마츠를 데리고 키세는 침실 청소를 하자고 했다.
"그럼 뭐 부터 옮기지?"
"에?"
카사마츠의 말에 키세는 얼이 빠져 이상한 소리를 냈다가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카사마츠 머리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침대를 들어서 아래를 청소하겠다는 말이겠지. 그렇지만 키세는 그렇게까지 하려는 건 아니었다. 일주일에 한 번 할 건데, 벌써부터 진을 빼면 일주일에 한 번은 커녕 한 달에 한 번도 안 할 대청소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집에서 알려준대로 침대 아래는 도구를 사용해서 청소하면 되는 것이다. 키세는 정신을 가다듬고 카사마츠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카사마츠는 고맙게도 키세의 말이 끝날때 까지 곱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선배 우리 대청소 일주일에 한 번 하기로 했죠?"
"응."
"그럼 다음주에도 청소해야죠?"
"응."
"우리 주중에 일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지."
"그러면 매주 이렇게 가구 옮기고 빨래도 다 꺼내서 하고 그러면 우리 체력이 어떻게 되겠어요? 바닥나겠죠?"
카사마츠는 그 대목은 동의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건 아니지 않겠냐? 우리 창창한 이십댄데. 게다가 넌 나보다 더 팔팔한데."
"아, 그럼 선배 지금 절 부려먹을 생각이었슴까?"
아, 선배 그렇게 들켰다는 표정 하지 말아요. 키세는 투덜거렸지만 카사마츠가 진심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았다. 일단 두 사람은 침대 아래와 침대 뒤쪽을 옷걸이와 걸레를 개조해서 청소했다. 딸려나오는 먼지를 보며 저기서 벌레는 안 사는 건지 얘기를 하다가 소리도 질러보고, 아무리 청소해도 나오는 먼지에 걸레 빨기 지친다며 바닥에 뒹굴기도 했다.
"선배 거기서 뒹굴면 먼지묻어요!"
"아, 일어나면 되잖아!"
침실의 간이탁자와 전등갓까지 청소하고 나니 세탁기가 다 돌아가 그걸 널어야 했다. 다행히 카사마츠의 말처럼 하늘이 개서 키세와 또 싸우지는 않아서 되었다. 쉴 새도 없이 빨래를 널다가 카사마츠가 키세를 불렀다.
"키세, 내가 지금 생각난건데... 그러면 우리 주말에 놀 시간이 하루 줄어드는 거지?"
"어, 그걸 이제 생각했음까? 그러니까 우리 대청소라고 해도 구석 청소나 평소에 밀린거나 좀 하고..."
"근데 그래도 똑같이 하루 지나가는 거 아니냐? 집에 있을 때도 어차피 조금 청소하나 많이 청소하나 비슷했다고. 그러지 말고,"
"아! 저는 그래도 그런 대청소는 반 년에 한 번으로 족하거든요? 싫어요! 한 달이나 일주일이나!"
"...반년에 한 번만 하자는 거였는데..."
"에? 그럼 집에는요..."
"...했다고 거짓말 하면 안 될까...?"
"그럼 오늘은 어쩌구요...?"
"오늘만 하고..."
"...일단 선배 손 놀지 말고 빨래 마저 널어요."
"응."
그 후로 두 사람은 묵묵히 빨래를 널었다. 그리고 누가 말하지 않았는데 거실 대청소는 평소처럼 청소기를 한 번 돌리고 걸레질을 한 번 하는 걸로 마감했다. 세어보면 청소한 가짓수는 많지도 않은데 벌써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가 있었다. 세 시. 키세와 카사마츠는 막 청소한 거실 바닥에 누워 말없이 시계만 보고 있었다.
"야, 귀찮은데 딜리버리 시켜먹을래?"
"아 좋슴다... 오늘은 잔소리 할 기운도 없음다..."
딜리버리는 시켜야겠는데 바닥에서 일어나기는 싫고... 키세도 카사마츠도 서로에게 주문을 미루고 있었다. 그 사이에 시간은 또 네 시를 향해 흘러갔다. 이러다 딜리버리로 저녁을 먹을 기세였다.
"선배."
"왜."
"우리 밥먹고 청소 또 해야함까?"
"몰라. 생각 안 할래."
"저는 청소를 안 할래요."
"나도."
"아 배고프다."
"딜리버리 시키라니까."
"선배가 시켜줘요."
바닥에 늘어붙은 두 사람은 오늘 저녁도 먹을 계획이 없는 모양이었다. 대청소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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