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더위를 피해 들어온 집은 그보다 더 더웠다. 먼저 문을 열고 들어선 카사마츠가 덥다는 말을 꺼냈다. 뒤따라 들어오던 키세가 거기에 맞장구를 쳤다.
"정말 바깥보다 더 덥네요."
키세가 현관에 걸쇠를 거는 사이 카사마츠는 현관에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키세는 나동그라진 카사마츠의 운동화를 발로 대충 모아놓고 그 옆에 자기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두었다. 키세는 농구공이 든 주머니를 현관 옆에 걸어놓았다. 카사마츠는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리모컨도 찾지 않고 에어컨으로 다가가서 직접 전원 버튼을 눌러 작동시켰다. 끄기 전에 바람세기를 최대로 해놓았는지 엄청난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막 켜졌을 때는 시원한 바람이 바로 나오지 않고 미지근한 바람이 나올 뿐이지만 카사마츠는 그 바람을 맞으며 잠시 서 있었다. 뒤따라 들어온 키세가 상 위에 놓인 리모컨을 들어 온도와 바람 세기를 조절했다. 제일 낮게 설정된 온도를 조금 높이고 약한 바람으로 줄였다. 대신 풍향을 움직이게 조절해두었다. 그 사이에 카사마츠는 욕실로 가며 땀에 젖은 티셔츠부터 뒤집어 벗었다. 소금기가 남은 등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하얗게 반짝였다. 리모컨을 내려놓던 키세가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카사마츠는 키세의 표정이 어떤지 개의치 않고 욕실 앞에 그대로 티셔츠를 뒤집은 채 던져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 바지와 속옷도 허물처럼 그대로 벗어 쌓아두고 몸만 욕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키세는 익숙한 듯 짧게 한숨을 쉬고 옷더미를 주워 바로 옆에 있는 빨래통에 집어넣었다. 뒤집힌 옷을 바로잡진 않았다. 대신 자기 옷도 벗어서 그 안에 차곡차곡 쌓았다. 속옷이며 양말까지 넣고서야 옆에 있는 서랍을 열었다. 옷 사이즈를 확인해가며 카사마츠와 자신의 옷을 한 벌씩 꺼내고 수건도 두 개를 챙긴 키세는 욕실 문에 두어 번 노크를 했다. 안에서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지만 키세는 대답이 돌아올 만큼 기다리지도 않았다. 문을 벌컥 열자 안에서 머리를 감던 카사마츠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반응했다.
"나 아직 대답 안 했는데?"
"안 된다고 했어도 들어왔을 건데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는 카사마츠에게 키세도 농담조로 대답했다.
(중략)
"선배, 물은 컵에 따라 마시라니까요! 또 쏟으려고요?"
키세의 타박에 카사마츠는 우물쭈물하다 결국엔 컵을 가지러 갔다. 키세는 카사마츠가 얌전히 컵에 물을 따라 건네주자 냉큼 마셨다. 그리고 빈 컵을 건네받아 물을 따라 마시는 카사마츠에게 잔소리하는 걸 빼먹지 않았다.
"물 다 마시고 씻어서 올려놓기."
"지금 하거든!"
카사마츠는 그대로 싱크대에 내려뒀던 컵을 얼른 씻으며 키세에게 소리쳤다. 급하게 닦느라 물이 옷에 튀어 배 부분이 축축해졌다. 손끝으로 두어 번 축축한 곳을 눌러보던 카사마츠는 아예 젖은 손도 옷에 문질러 닦아버렸다. 그러고 뒤를 돌아보니 키세가 사라져있었다. 방 쪽에서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키세가 언뜻 보였다. 카사마츠는 자신도 방으로 가려다가 냉장고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냉장고 아래 칸의 문을 열고는 싱크대에 올려둔 물병을 넣었다. 뭘 더 찾거나 하지 않고 닫았지만 대신 냉동실 문을 열었다. 방 쪽에서 키세가 무어라고 잔소리를 하고 있었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카사마츠는 건성으로 금방 간다고 해놓고 냉장실을 뒤지느라 바빴다. 곧 목표를 발견했는지 짧게 아, 하는 탄성을 내고는 아이스크림 통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숟가락을 두 개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중략)
키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카사마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모른체 하고 있었다. 키세도 눈에 힘을 주고 똑바로 마주 쳐다봤다. 하지만 키세는 카사마츠를 이길 수 없었다. 눈싸움이라면 모를까 이런 기 싸움에서는 카사마츠가 더 강했다. 시무룩해서 풀이 죽어있을 때라면 몰라도 이렇게 고개를 모로 까딱하며 빤히 바라볼 때는 카사마츠를 이긴 적이 없었다. 카사마츠가 눈을 얇게 치뜨며 미간에 점점 주름을 잡는 걸 보고 키세는 결국 항복을 외치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항복! 제가 졌슴다."
"항복은 무슨.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니까."
카사마츠는 시치미를 뗐지만 잔뜩 올라간 입꼬리를 숨기지도 않았다. 경기에서 이겼을 때처럼 승리를 즐기는 표정이었다. 대신 뾰로통하게 입을 내민 키세를 보고 그 옆으로 가 앉았다. 키세는 곁을 내주면서도 새침하게 한마디 했다.
"덥다고 안 했슴까?"
"아이스크림 먹어서 시원해졌어."
"참나, 말이나 못하면……."
"역시 같이 먹으니 맛있네. 그렇지?"
카사마츠의 능청에 키세도 쭉 내밀고 있던 입을 집어넣었다. 대신 무어라 말하려고 입을 달싹였다. 그러나 결국은 말하는 건 그만두고 코에서 흥, 소리를 내며 고개를 카사마츠의 반대편으로 돌렸다. 카사마츠는 '귀엽긴.' 이라고 중얼거리며 키세 옆에 딱 달라붙어 앉았다. 키세가 아주 조그맣게 '저리 가요.'라고 했다. 카사마츠가 아주 바싹 붙지 않았다면 듣지 못할 정도의 소리였다. 카사마츠는 씩 웃었지만 키세에게 '진짜 갈까?'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다. 대신 바싹 붙어 앉은 채로 키세의 손을 꼭 잡았다.
(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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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제가 폼 만들고 관리할 시간이 없어서요ㅠㅠ
통판은 폼을 만들어야해서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빨라야 6월 2일 이후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